지난 8월 22일 긴급 입원했다가 8월 29일에 퇴원하였습니다.
구급차에 실려간 것도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는데 그게 하필 우리나라도 아닌 일본땅이라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겪은 대로 느낀대로 좀 써 볼까 합니다.
어디에 넣을 지 고민하다가, 일단 외국에서 겪은 일이니, 세계 밸리에 올려 봅니다.
길어질 지 모르겠지만 그냥 쓰렵니다.
1. 전초전
8월 18일 저녁 무렵부터 후두부에 꽤 심한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가끔가다 겪는 편두통이려니 생각하고, 집에 돌아가 잠을 청했다.
8월 19일 아침에 일어났지만 통증이 가시질 않았다. 하지만 이날은 회사를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업무가 있는 날.
일단 한 시간 정도 지각할 것이라는 것을 회사에 알리고 출근했다. 중요한 업무만 대충 처리하고, 세시 쯤 조퇴를 했다.
어깨결림도 심해지기 시작하였으므로, 목욕한 뒤 진통제를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8월 20일 여전히 통증이 가시지 않다. 일단 어깨와 등 부분에 파스를 붙이고, 진통제를 먹고 출근하였다.
진통제의 효과가 있는 듯 두통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통증이 있었다.
작업 도중에 어깨를 전기가 찌르르 지나가더니 어깨의 통증은 완전히 가셨지만, 머리의 통증은 약해졌다 강해졌다 반복하며 이어졌다.
8월 21일 아침 7시 40분까지 출근해야 하는 날이다. 통증에 잠을 못 이루다가 일곱시에 일어나서
헐레벌떡 차를 몰고 출근했지만 8시 10분에 겨우 도착했다.
동료들에게 사과하고 급한 업무를 끝냈다.
휴식시간에 사무실 근처 병원에 가다.
"어떻게 왔죠?"
"사흘 전부터 머리가 아픈데요."
"흠. 평소에 먹는 약 있나요?""아뇨"
"지병은 있나요?""아뇨"
"혈압이 조금 높군요.""네."
"손발에 떨림은 있나요?""아뇨"
"손발이 저리지는 않나요?""그렇지 않은데요."
"구역질 나나요?""아뇨"
"일단 원인은 모르겠으니, 진통제하고 위장약 먹고 상황을 좀 봅시다."
젠장맞을.
일단 사무실에 돌아오자 동료들이 웬만하면 조퇴하라고 한다. 얼굴빛이 많이 안 좋은 모양이다.
남은 업무는 일단 인수인계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맹렬한 졸음이 몰려왔다. 어제 제대로 못 잔 것에 진통제 기운이 섞인 모양이다.
신호대기 정체중에 깜빡 졸다가, 앞차를 들이받아 버렸다.
일단 이동한 후에 살펴보니, 앞차는 전혀 상한 곳이 없고, 탄 사람들도 멀쩡하다고 한다.
내 차는 앞 차의 머플러에 구멍이 뻥 뚫리고, 본네트가 살짝 휘었다.
피해자 분들께서는 별 이상한 곳도 없고 차도 멀쩡하니 그냥 가겠다고 한다.
너무나 감사하여, 일단은 연락처와 이름만 교환하고, 무슨 일 있으면 다시 연락하기로 했다.
집에 가는 길에 딜러에 들러 수리 견적을 받아보니 17만엔이란다. 이런 제기랄.
일단 집에 돌아와서, 간단하게 식사를 끝내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2. 메인이벤트
8월 22일몇 번을 자다 깨다 하면서 아침 아홉시 쯤 잠이 깼다.
약을 먹어야 하니, 무언가를 먹어야 할 듯 하여, 간단하게 우동을 끓여 먹었다.
빨래를 세탁기에 집어넣고 돌린 다음, 잠시 누워서 쉬다가 열두시 반 경 일어났다.
컴퓨터를 켜고 피자 주문을 끝낸 순간, 다시 후두부가 맹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일단 병원에서 받은 진통제를 먹고 잠시 쉬고 있는데, 평소 같으면 잦아드는 통증이 더더욱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 때, 주문했던 피자가 도착하였기에, 아픔을 참으며 돈을 치르고 문을 닫은 순간 목도 아프면서 오른쪽 팔다리가 동시에 저려오기 시작했다.
순간, 어제 들었던 의사의 말이 퍼뜩 떠올랐다.
뭔가 잘못되었다 싶어 바로 119를 눌렀다.
"화재입니까 구급입니까"
"구급차 부탁합니다"
"주소 말씀해 주세요"
"도코로자와시 XX쵸 XX-XX-XX-XXX 이름은 XXX입니다."
"어디가 이상한가요"
"며칠전부터 머리가 계속 아프더니 지금은 목도 아프고 오른쪽 반신이 저릿저릿합니다."
"아프신 분 성함은요"
"본인인데요"
"알았습니다. 바로 구급차 보내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아픔은 더욱 심해졌다. 일단 옷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지갑과 의료보험증, 핸드폰만 챙겼다. 그리고 어제 병원에서 받은 약도 같이 챙겼다.
밖으로 나와서 집의 문을 잠그고 나온 순간, 전신의 기운이 쭉 빠지면서 서 있기도 힘들어졌다. 그때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구급차가 멈추고 구급대원이 본인이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바로 들것을 준비하더니 나를 눕혔다.
그리고는 바이탈 사인 체크와 의식 레벨 체크. 일단 열심히 대답했다. 누울 수 있어서 조금 편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머리는 아팠다.
그 때부터, 의식은 나름 또렷하다고 생각했지만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10분 후에 병원에 도착. 바로 응급실로 실려갔다.
여기서도 다시 바이탈 사인 체크와 의식 레벨 체크. 간호사들의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기가 힘들어졌다. 말을 하고 싶지만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마치 내가 SF영화의 괴물이라도 된 듯한 이상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있었다. 저림은 이제 전신으로 퍼지고, 손가락도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있었다.
의사는 일단 CT부터 찍자고 했다. CT를 찍는 동안,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전신은 마비가 오기 시작했다. 마치 전신에 전깃줄이 감긴 것 같은 느낌이었다.
CT를 찍고 나서 의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상하네...이상이 없는데..."
그러나 나는 아파서 죽을 지경인데다 팔다리는 거의 꼼짝도 못하는 상황. 호흡도 조금씩 힘들어졌다.
그동안 간호사들은 열심히 의식 레벨 체크를 하면서, 입원 준비를 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오늘은 토요일. 전화기의 통화 이력에 실린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 보지만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MRI를 찍기로 했다. 통증은 절정에 달하고,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거의 츄바카의 말소리 비슷한 소리가 되어 있었다. 전신에서는 식은땀이 마구 흐르고 약간의 경련도 오기 시작했다.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호사들은 옆에서 뭐라고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데, 무슨 이야기인 지는 알겠지만 고통에 귀찮아서 대답하기도 힘들었다.
MRI기계에 들어갔다. 몸은 꼼짝도 할 수 없고, 목과 머리는 엄청나게 아픈 상황. 조금 옆으로 누우면 편해질 것 같은데, 그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MRI촬영을 시작한 지 10분? 20분? 갑자기 마비되었던 전신에 오른손부터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 감각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조금씩 전신의 세포에 피가 돌아가는 그 느낌. 팔다리가 서서히 내 말을 듣기 시작하는 그 감동. 호흡이 편해지는 그 기쁨. MRI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오른쪽부터 시작된 회복은, 촬영이 다 끝나자 왼쪽까지 진행되었다.
MRI촬영을 다 끝내고 나오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이제 좀 살 거 같네요."
그 순간 병원 스탭들의 그 놀란 얼굴이란. 하기야 나도 깜짝 놀랐으니.
일단 입원 수속은 뒤로 미루고, ICU 입원이 결정되었다. MRI에서 바퀴침대로 옮기는 순간, 머리가 핑 돌면서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는 조금 그로테스크한 부분이니 경고합니다.